이미 경험한 대로 그리고 배운 대로 인터서브 생태행동(INCA), 뵈뵈 선교사
"배가 너무 찬데요? 임신하고 싶으시면 자연식 위주로 드세요!" 임신을 준비하던 때, 저는 한의원 선생님의 권고로 그 좋아하던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끊고 자연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연식이 ‘자연식’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자연식인가 공부하다 보니 고기엔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가, 채소나 과일엔 농약과 화학비료가, 해산물엔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야 말았으니까요... 육, 해, 공 어느 하나 맘 놓고 먹을 게 없었습니다. 비단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록적 폭염, 기록적 산불, 기록적 홍수,.. '기록적'이라는 말이 무뎌질 만큼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연재해들.. 저는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알아갈수록 지구를 망가뜨린 자본주의와 성장주의, 소비주의의 실체를 더 깊이 맞닥뜨리며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갈 세상, 아니, 나의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될지 너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기후 우울증까지 앓고 있는 지금, 저는 분노와 두려움 대신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하고 싶었고 소망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만난 것이 인크 모임(InC/Interserve Creation Care)이었습니다.
인크모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샾을 운영하는 선교단체 간사님, 자랄 때부터 자연스레 자연친화적 삶을 사시다 유기농 딸기농장을 운영하고 계시는 농부님, 특별한 계기로 생태적 회심을 하신 의사 선생님, 생태적 삶을 배우고 또 살기 원하시는 선교사님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생태에 관한 독서를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는 생태적 삶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제가 한살림을 이용하고 자연식을 고집하는 것을 보며 "언니는 200년 살아~ 난 먹고 싶은 거 먹고살 거야!"라고 조롱받던? 시절이었기에 얼마나 위로되고 격려가 되는 모임이었던지요!! 하나님의 창조 섭리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그것이 지구만이 아니라 삐뚤어진 성장주의적 신앙에 잠식된 우리 영혼까지 살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이집트에 도착했습니다. 거리에 밟히는 쓰레기, 달리는 차 안에서 마시던 음료수병(유리)을 밖으로 던져 버리는 아저씨, 일회용품 천국, 제가 처음 마주한 이집트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잔다르크도 아닌데, 무언가 이들을 교화시키고 싶은 열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주여! 분리수거는커녕, 길거리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이 사람들을 어찌하오리까?" 하지만... 이곳에서 1년을 살아보니 저의 시선이 얼마나 오만했었는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사고 난 흔적 그대로 달리고 있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리에 금이 가 있는 건 양반이고 사이드미러가 없거나 문이 찌그러진 채 달리는 차들이 허다합니다. 또한 차뿐 아니라 무엇이든 웬만큼 부서진 것은 고치지 않고 그냥 씁니다. 완전히 망가지면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고쳐서 씁니다. 집주인 아저씨 집에 놀러 갔을 때, 이집트에서는 꽤 잘사는 집안인데도, 기술자가 와서 커피포트를 분해해서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고장 난 커피포트쯤은 새것으로 살 텐데 기술자를 불러 그 작은 커피포트를 끌어안고 수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의 이런 검소한 모습을 보며 쉽게 단죄하고 쉽게 고치려 들었던 저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고 생태적인 삶을 산다고 하지만 여전히 좀 더 깨끗하고 편리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분명 반환경적?인 삶을 사는 부분도 많긴 하지만 저 역시도 계속 배워야 하고 함께 자라가야 함을 깨달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들과 함께 자라가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언어도 부족했기에 딱히 뭔가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고민만 하고 있던 그때, 주님께서는 ”네가 이미 경험한 것들이 있지 않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인크!!! 배운 대로 하면 되겠구나!” 저는 곧바로 제가 속한 모임에 ”나의 지구를 부탁해“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모든 팀원들이 흔쾌히 책도 구입하고 관련 영상도 찾아보면서 다음 달에 독서 나눔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 시작이 너무 미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다음의 말씀으로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9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 10 또 이 강 가에 어부가 설 것이니 엔게디에서부터 에네글라임까지 그물 치는 곳이 될 것이라 그 고기가 각기 종류를 따라 큰 바다의 고기 같이 심히 많으려니와 11 그 진펄과 개펄은 되살아나지 못하고 소금 땅이 될 것이며 12 강 좌우 가에는 각종 먹을 과실나무가 자라서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하며 열매가 끊이지 아니하고 달마다 새 열매를 맺으리니 그 물이 성소를 통하여 나옴이라 그 열매는 먹을 만하고 그 잎사귀는 약 재료가 되리라
<에스겔 47:9-12>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닿는 곳마다 생물이 살아나고 풀과 과실나무가 자라며 땅이 비옥해집니다. 예전엔 이 성경 말씀을 영적으로만 해석했는데 생태적 성경 읽기로 다시 읽을 때, 이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이 타락할 때 땅이 저주받았습니다. 인간이 마음껏 소비하고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면서 땅은 더욱 척박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가치를 거부하고 창조 섭리대로 살아간다면 인간의 구원뿐 아니라 피조물의 구원도 포함하고 있는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될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바로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흘러갈 때 그 주변의 영혼뿐 아니라 그곳의 땅과 생물들까지도 살아날 것입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과 같은 이들.. 처음엔 미미해 보이고 큰 파도와 같은 모습이 아니어도 잔잔히 자신이 있는 곳에서 생명의 물로 흐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인크모임에 있는 분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흘려보내주시는 그 물이 저를 시원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도 그런 이들을 만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분리수거 시스템이 없지만 분리배출을 하고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며 생태독서모임을 하는 이 작은 삶을 잔잔히 흘려보내다 보면 결국엔 물과 물이 만나 창일하게 될 것을 소망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많은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이 지구가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사실 절망적인 것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생태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을 두려워해서가 아닙니다. 만물을 누가 창조하셨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들로서, 영혼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태초에 허락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고 돌보는 삶 또한 총체적 그리스도인의 삶으로서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어서가 아닌 '삶의 태도'로서 말입니다.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은 주님께 올려드리고, 두려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아닌, 성전에서 흘러나온 생명의 물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시라면 분명 계신 곳에서 생명의 물로 잘 흘러가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이집트 땅에서 잘 흐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생태적인 삶을 통해 우리가 거하는 땅의 모든 피조물이 살아나는 삶을 경험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INCA팀과 함께해요!🌎 INCA가 매달 한 번 모임을 가진지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현재 해외 거주하시는 두 분을 포함해서 4명의 멤버가 있고, 창조 세계 보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서로에 대한 격려를 위해 모임의 활성화에 동의했습니다. 하여 INCA는 더욱 풍부한 모임을 위해 새로운 멤버를 초청합니다. 신음하는 창조 세계를 위해 기도하며 함께 행동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다립니다.
모임은 매월 1회, 8시 반 ~ 10시 주로 세째 금요일 저녁에 모이나 조정 가능합니다.
참가 신청 및 문의: 김령, 010-3241-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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