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새 하늘과 새 땅 인터서브 생태행동(INCA), 죠이 선교회 박선영
묵상 본문 이사야 65장 17~25절(새번역) -------- 17. 보아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18.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보아라, 내가 예루살렘을 기쁨이 가득 찬 도성으로 창조하고, 그 주민을 행복을 누리는 백성으로 창조하겠다.... (중략) 25.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시다.
2025년 종료를 놓고 아직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를 품고 있는 인천 서구에 교회를 개척한 지 5년이 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1년 5월에 교회 한편에 제로웨이스트 삽 ‘자연공간 숨’을 열었습니다. 코로나로 아무도 찾지 않는 교회 공간을 자연과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공유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아울러 우리동네 자원순환센터도 같이 운영하여 멸균 팩, 우유 팩, 폐건전지, 아이스팩, 플라스틱, 에어캡, 유리병, 이어폰과 충전케이블 등을 수거하여 재활용하였습니다. 때로는 수거된 자원 중 깨끗하지 않은 플라스틱이나 멸균 팩은 다시 씻어 말리기도 하고 병뚜껑같이 작은 플라스틱은 성분별 색깔별로 구분하느라 꽤 오랜 시간을 쏟기도 하였습니다. 쓰레기로 버려질 뻔한 작은 자원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자원순환센터는 이익이 나지는 않지만,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부모님 생신을 맞이하여 창고형 대형마트에 들렸습니다. 저희는 필요한 것 몇 개만 구매하였지만, 큰 카트에 벌크로 포장된 상품을 잔뜩 쌓아서 계산하는 긴 줄을 보면서 새삼 현실을 자각하고 우울감에 빠졌던 것이었습니다. 병뚜껑 하나 우유 팩 하나 모아서 재활용하는 것이 정말 지구를 위해 의미가 있는 행위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고, 자원을 수거하고, 주변에 강의를 통해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전하고, 어떻게 하면 창조 세계를 잘 돌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 이유는 다시 오실 예수님께서 새롭게 완성하실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대하고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지구 곳곳의 재난 현상을 볼 때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어 보입니다. 우리의 소망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현실을 자각하고 우울감에 빠질 때마다 이사야 65장 17~25절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 말씀은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인데 너희는 그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는 고통이 없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며 착취와 재난이 없습니다. 그 땅에서는 우리의 부르짖음이 마치기도 전에 하나님의 응답을 들을 것이며 이리와 어린 양, 사자와 소 등이 풀을 먹고 서로 해치거나 상하는 일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시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창조세계는 죄와 고통과 적대와 상함이 없는 상태로 온전히 회복되고 완성될 것입니다. 하나님과도 온전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더불어 우리는 새롭게 창조된 세계를 누리고 기뻐합니다.
저는 더 나아가 인간과 다른 생명이 서로 해치지 않고 더욱 긴밀히 연결되고 소통하며 서로를 기뻐하는 관계를 누리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새벽마다 부산스럽게 재잘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알아듣고 우리와 다른 주파수로 소통하는 고래들의 소리도 이해하며 코끼리나 사자 등 큰 동물들과도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세상, 바닷속의 수많은 생명의 이름을 다 알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어쩌면 그들과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나의 혀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좁은 케이지에 가두어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학대하며 키운 고기를 소비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주어진 채소와 열매들로 충분히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환경을 파괴하거나 다른 동물들을 죽여서 얻지 않아도 충분의 의복을 얻을 수 있고, 은행 대출에 삶을 저당 잡히지 않고도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돌고래와 같이 바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코끼리들과 함께 초원을 누비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삶을 상상해 봅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대하고 상상하는 소망이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창조 세계를 돌보는 작은 행동을 하기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또한, 나 혼자 이 일들을 외롭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 공간에 돈도 안 되는 작은 병뚜껑, 멸균 팩을 정성스럽게 씻어서 모아오시는 분들, 자연공간숨 같은 제로웨이스트 삽들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강의를 듣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들을 결심하시는 분들, 친환경 실천의 불모지 같은 선교지 가운데서도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창조 세계를 돌보는 삶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절망 가운데 소망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선교사님들, 함께 목소리를 모으고 창조 세계를 돌보는 운동을 일으키고자 하시는 여러 기독교 환경 운동가 선생님들….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 길은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의 공세 가운데서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면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더 힘을 내어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백성의 에코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강의에서 저는 3가지 키워드 - 제로웨이스트, 미니멀 라이프, 비건 라이프를 이야기하면서 쓰레기를 줄이고, 덜 사고 덜 먹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도 창조 세계를 누리고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삶의 지향은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써가 아니라 지향하는 중요한 것의 가치를 깊이 깨닫고 그것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돌보아야 할 창조세계는 어떤 곳인지, 그곳에 어떤 생명이 존재하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이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을 거는지, 그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지 알고 있는가? 내 일상 가운데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누리며 즐거워하고 있는가?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창조 세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가로수와 길의 들꽃과 들풀, 새벽마다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삶에서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을 누리려면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나 차를 타고 가서 쓰레기를 만들고 그 자연에 폐를 끼치는 형태의 방법 외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텃밭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텃밭 농사는 도시에서 창조 세계를 배우고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저는 오늘도 씨앗을 뿌려서 키운 옥수수에서 열매를 수확했습니다. 텃밭 농사를 통해 땅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고 있는지, 아주 작은 씨앗 안에 얼마나 놀라운 자연의 신비가 들어있는지 분명하게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절망 가운데서 새 하늘과 새 땅의 소망을 보며 오늘 하루도 창조 세계를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삶을 살기 원합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기후 위기와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소망이 됩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누리고 기뻐할 창조세계를 현재의 삶에서도 누리고 기뻐하며 돌보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현재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도 창조 세계와 그 안의 수많은 생명이 고통 가운데 신음하며 부르짖고 있고,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그 소리를 듣고 안타까워하실 것입니다. 그 소리가 우리의 귀에도 들리길 원합니다. 그 고통의 신음을 듣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창조 세계를 돌보고 지키며 섬기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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