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샘 전 대표
이번 연례보고서는 저에게 특별합니다. 여덟 번째이며 마지막 보고서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6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본부 사역을 드디어 8년 만에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안식관에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8년 동안 머물렀던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 근처를 지난주 떠나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두 달 간의 리더십 이양 과정을 지나고, 5월 마지막 주부터
신임 공갈렙 대표께서 본부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공 대표와 제가 함께 쓰는 작품입니다. 저는
지난해와 지난 시간의 리뷰를 적는 전반부를, 미래로의 전망과 계획에 대한 후반부를 공 대표께서 적게
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공동체와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셨고 선한 일을
행하셨습니다. 이 보고서 안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파트너들과
펠로우들이 했던 선한 일들, 코로나로 정체되었던 것 같았던 신입 선교사 지원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되었다는
소식, 서울/인천에서 열리게 될 4차 로잔 대회를 돕는 파트너십 등등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마지막 인사말에서 나누고 싶은 주제는 “갈림길에 선 선교 Crossroad Challenges”입니다.
연례보고서는 쓰는 일은 퍽 고됩니다. 매년 쓸
때마다, “이렇게 수고한 것을 사람들이 정말 읽을까?”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건강한 거버넌스의 기초가 정보의
공유임을 잘 알기에 매년 성실하고 정직하게 쓰려고 하지만, 이런 질문이 생겨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네요. 올해 보고서에는 지난해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난 8년을 돌아보는 내용도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 한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폴 벤더 사무엘은 2002~2014년까지 12년 동안 인터서브 국제 총재로 섬겼던 리더입니다. 현대 선교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영국의 Oxford Centre for Mission Studies의 학장을 할 만큼
선교적 혜안이 뛰어난 폴은 그의 재임 후반부에 “갈림길에 선 선교
Crossroad Challenges” 라는 모토와 함께 인터서브 전체에 변화를 주고자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선교적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 현지인들의 교회가 있고,
피선교지라고 여겼던 국가들에서 선교사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또, 선교사들을 내보내던 서양 국가들이 오히려 기독교의 쇠락과 함께 복음이 필요해졌고, 난민과 디아스포라 현상으로 인해서 현대의 도시들이 다문화 다민족에게 복음의 증거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전쟁의 위협, 경제적 양극화, 기후 위기 가운데, 총체적 복음과 선교의 필요가 커졌습니다.
이런 큰 변화들
가운데, “그러면 인터서브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러 개의 TF를 진행된 후에, 크게 다섯 가지 방향이 공동체에 제시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필드 팀
중심으로 일하던 문화가 강했던 터라, 국제 본부에서의 이런 적극성이 모든 이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폴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 기억하시는 파트너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상반기 마지막
공청회와 이사회를 진행하면서 지난 8년을 돌아보며 깜짝 놀란 것이 있습니다. 인터서브코리아가 지난 기간 동안 함께 의논하며 진행했던 많은 일들이 당시 제시했던 위의 그림의 다섯 가지 방향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목적의
명료함Clarity of Purpose”가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제가 2016년 대표가 된 후에 처음 1년간 했던 일이 이것이었습니다. 이미 있는 인터서브의 목적과 가치를
정리해서 구성원들과 나누고, 시니어 파트너와 이사들과 스태프들과의 의논을 통해서 인터서브코리아를 새로운
방향성으로 Life As Mission을 제시했습니다. 또, 매년 연례목표를 정하고 소통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모두 “목적의 명료함”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교회에게 힘 실어주기Empowering the Church,” “선교적 공동체Missional Community,” “파트너십Partnership,” “제자도Discipleship” 등 나머지 네 가지 방향성 역시
지난 기간 동안 인터서브코리아가 노력해 온 것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치성이
있었을까요? 폴이 당시 리더로서 나눴던 비전들이 저를 포함한 한국 파트너들과 이사들 가운데 심겼고, 무의식 가운데 사용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나중에 이
얘기를 나눴을 때, 폴은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스스로는 ‘효과 없었다’라고 생각했던 노력이,
어떤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았고 때가 되었을 때 큰 힘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이 얘기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누셨던 복음의 메시지와 유사합니다. 애써서 씨를 뿌리는 농부의 노력이 어디선가는 싹을 틔우고
자라나서 백배 천배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뜻을 분별하고자 노력하고 그 뜻을 사람들과 나누고 최선을 다해서 실천하는 노력은 당시에 가시적 열매가 없을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귀한 가치를 갖습니다. 현재는 선교뿐만
아니라 교회 역시 갈림길Crossroad에 서 있습니다. 여러 가지 위기와 도전 가운데 변화를 위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우리 주님께서 이끌고 계십니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주님의 뜻을 구하고 순종하고자 하는 이들과
공동체에게 주님은 여전히 성령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당신의 선교에 동참할 열정을 부어 주십니다. 그동안 이 하나님의 선교에 함께 기꺼이 동참해 주셨던 이사들과 스태프과
펠로우와 파트너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대단해 보이지 않는 일이라도, 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뜻이라면 함께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서 나아갑시다. 그때, 변화의 갈림길은 주께서 이끄시는 새로운 모험의 길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