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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방효원 김윤숙 선교사 10주기 예배 리뷰
Level 10   조회수 309
2023-06-26 18:55:27


이나래 매니저



 

10년 전, 치열한 출근 버스 경쟁에서 겨우 승리한 나는 운전하는 기사님 옆에 서서 멍하니 출근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 문자 메시지에 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다. 방 선교사님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비상 회의를 소집한다는 소식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출근길을 가노라면, 그때의 충격과 떨림이 되새겨질 때가 있다.

10주기 예배를 준비하며, 나는 이분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방효원, 김윤숙 선생님을 뵌 적도, 메일 한번 주고받아 본 적도 없다. 그 사고 소식이 참 황망하고 가슴 아팠지만, 소속 단체 간사로서 수습해야 하는 엄청난 사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두 분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고 이후와 연관 되어있었다. 비상연락망을 돌리고, 장례를 준비하고,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다은이 다정이를 위한 후속 조치를 위해 숨가쁘게 움직였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는 '방효원, 김윤숙'이라는 선교사보다 '사고' 자체가 차지하는 바가 컸다

양가 가족, 친척들과 두 선교사님을 사랑했던 교회 식구들이 모이자, 예배실이 꽉 찼다. 조금 긴장되었다. 모두가 다시 그 슬픔의 큰 파도에 빠지지는 것 아닐까? 걱정되었다. 예배가 시작되고, 추모 영상이 나올 때 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예배가 진행될수록 나의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하손열 선생님의 설교 가운데 읽어주시는 두 선교사님의 기도편지 속에서 나는 말씀에 순종하는 신실한 종으로서 두 분을 만났다.
감사인사를 전하는 방선생님의 큰형님의 미소 속에서 조용하고 수줍으셨다던  방효원 선교사님을, 
"앞으로 더 밝고 명랑하게 살겠습니다!" 밝게 인사하는 다은에게서 김윤숙 선생님의 쾌활함과, 
감사하다며 손을 잡고 인사해주시는 이모님들에게서 정이 많으셨다던 김윤숙 선생님을 만났다. 
지난 10년간 문서와 영상, 기사를 통해 비극적이고 슬프게만 기억되는 두 분이 새롭게 색을 입는 순간이었다. 

조샘 대표님의 인사로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서로 인사와 안부를 주고 받으며 단란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가족들은 와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하느라, 다은이와 다정이는 방문하신 분들과 기념사진을 찍어드리느라 매우 바빴다. 나도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자리에 앉아 그 단란한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다 문뜩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사고 수습한 후, 고 방효원, 김윤숙 선교사님과 현율, 다현이의 빈소가 한국에 차려졌다. 그 빈소를 유족들과 인터서브 식구와 함께 지켰다. 우리의 슬픔과는 전혀 관계 없이 날씨는 화창했고, 산새들은 온종일 지저귀었다. 따뜻하면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참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땐 우리의 슬픔과 관계없이 화창한 날씨의 아이러니함에 입맛이 썼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방효원, 김윤숙 선교사님을 떠올릴 때마다, 그때 그 맑고 아름다운 날씨와 온도를 함께 떠올렸다. 그 날씨처럼 맑고 따스한 가정이었으리라... 야속하던 그날의 청명함과 온화함은 지금 나의 위로가 되었다.

다시 분주한 예배실을 돌아보았다, 밝게 웃는 다은이와 수줍은 미소를 짓는 다정이가 그 중심에 있었다. 생각해보니 과거에 비극에 메여있는 건 나였고, 당사자인 두 자매는 밝게 차고 일어나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두 아이들을 보니 왠지 하나님이 이기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을 '사고'로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죄송함과 남겨진 두 아이들이 이 비극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의 짐을 진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방 선교사님 가정에 왜 이런 일이 이러났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다은이와 다정이를 통해 위로와 소망을 보여주셨다. 세상에 그 어떤 비극과 죽음도 하나님이 우리 안에 계획하신 일들을 진행하시고 성취하시는 것에 어떤 방해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10년의 해묵은 죄책감과 무거움을 두 아이의 웃음으로 털어낸다. “앞으로 더 밝고 명랑하게 살겠습니다!"라는 다은이의 인사처럼 하나님께서 두 아이들을 통해 하실 더 많은 위로와 소망의 역사들을 위해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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