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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라는 이름의 십자가
Level 10   조회수 188
2021-10-26 17:16:59


 



“난 널 보면서 참 아름다운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했어

현지에서 전문인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 또 많은 이들을 사랑하며 품는 모습이 참 귀했지

그런데 어느 날 네가 어느 단체에 속해 있는 선교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배신감을 느꼈어. 

왜 꼭 선교 단체에 속한 파송 선교사로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현지에서 일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지.

 너의 그동안의 사랑이 담긴 모든 헌신과 수고는 너의 선교 단체를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인지 

혹은 선교사라는 신분을 유지하여 다양한 혜택을 받고 싶어 그런 것인지 의아했지

왜 꼭 너는 선교단체에 속해 있어야만 하는 거니?”



눈을 부릅뜨고 코너에 나를 세워 두고 몰아붙이는 그의 공격은 현지인 동료나 사랑하는 현지인들에게 듣게 된다면 추방보다 더 슬프리라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친구는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며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문득문득 그 친구는 난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곱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가끔 그의 필요에 따라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20여 년을 이곳에서 전문인으로 비자를 받고 살면서 나는 성실하게 사랑하며 또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했지만, 세상이 말하는정직이라는 것보다 더 큰 부르심을 따라 정체성 문제만큼은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무언가 하나를 숨기며 살아가는 것이 늘 큰 부담이었다. 그것이 현지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며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상에게서 받은 공격은 비수가 되어 나를 괴롭혔고 끝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하며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정말 그가 비아냥거리며 공격한 것처럼 선교사라는 이름이 주는 어떤 혜택 때문에 단체에 속해 있는 것일까? 선교사라는 이름이 주는 혜택은 이 나라에 살면서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이런 오해까지 받으면서 또 현지인이나 현지인 직장 동료에게 어느 날 큰 아픔이나 배신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를 선교단체를 통해 나온선교사라는 비밀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런 위험을 품으면서까지 선교단체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어느 선교단체에 속해 있지 않다면 신실한 전문인 기독인으로 이곳에서 가슴으로 그들을 만나며 더욱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20년 동안 나를 괴롭히던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안으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공격과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선교단체에 속해 있어야 하는 이유가 과연 있는 것일까? 선교단체에 있는 것이 이 시대에도 과연 필요한 것일까?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기도하며 고민하며 결국 깨닫게 하신 사실은나의 연약함이었다. 나는 현지에서 홀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연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특별히 전문인 선교사라는 것이 한국 교회에서나 심지어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온전히 이해 받지 못할 때, 내가 속해 있는 소그룹에 있는 선배들과 동료들은 정말 내가라고 말할 때라고 이해하며 나를 끌어안고 함께 기도해 줄 수 있었다. 30여 년을 전문인 기독인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온 선배들과 나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비슷한 영역에서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이 내가 이곳에서 지난 시간 동안 넘어지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게 만든 비결인 것이다.


단순히 선교단체라는 어떤 조직이 아닌 그 안에 있는 텐트 메이커로 기독교나 선교사라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닌 삶으로 그 삶을 살아내는 ‘소중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기도하는 ‘소그룹 공동체가 바로 내가 이 땅에서 지금까지 한결같이 그 부르심을 따라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이다여전히 나에게는 위협이 있을 것이고 정체를 숨김으로 인해 오는 불편한 마음은 종종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나의 동역자들여러 모양으로 그러나 같은 마음으로 이 땅에서 한곳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인터서브 공동체 안에 있는 그들은 내가 기꺼이 그 위험과 불편한 마음을 지고 가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다연약한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부르셔서 함께 비전을 따라 걸어가게 하신 주님께 감사하며 선교의 주체이신 하나님께서 그리시는 구원의 큰 퍼즐의 한 조각으로 그 자리를 매김 하며 내가 받은 사랑을 앞으로 올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유인지 파트너는 서아시아에서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서아시아 청년들의 좋은 선생님과 멘토로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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