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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뒤 더 선명히 보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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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7 17:22:37




인도; 델타, 그 이후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이 모처럼 너무 반갑게 느껴지는 날이다. 세계가 변이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델타 변이 바이러스 발생지 인도는 그 추세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지방정부 선거로 인한 정치적 집회들과 힌두교의 대대적인 종교 행사 등으로 확진자의 수가 늘어날 것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쓰나미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 상황은 지난 5월과 6월 완전도시 봉쇄로 서서히 추세가 감소하였다. 현재 지방 정부들은 부분 봉쇄의 연장을 선언하였으나, 실상 일상의 모든 생활과 활동들이 가능하다. 한때 하루 사십만 명이던 확진자가 이번 주는 평균 삼만 육천 명으로 근 1/10로 줄어든 상황이다. (20218월 기준)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잘하는 듯했으나 다시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갈 때 옆에 앉은 누군가가 마스크 착용치 않았으면, ‘마스크 쓰세요!’라고 차장이 크게 말하거나 주위에서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어 고아원에 원생들이 더 많아졌다는 소식, 일자리를 찾아 애태우는 청년들과 노동자들, 취약한 여성과 화상 수업이 불가능해 2년 가까이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슬럼 공동체와 시골 학교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 거센 태풍이 지나면 엄청난 피해를 경험하듯, 무서운 델타는 큰 재해를 남겼다. 얼마나 많은 기독교계 내의 리더나 목사님들이 사망했는지 누구도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재정의 불균형, 정치적 불안과 균열로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현재 도시에는 백신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골에는 아직 언제 공급 가능할지 모른다.

델타의 출현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인도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많은 믿음의 지체들이 마음을 모아주었다. 기독교 NGO를 통해 이 땅의 회복과 가난한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가득 담은 사랑과 도움이 각처의 현지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이곳 리더들 역시 최선으로 각자의 공동체와 양 떼들을 섬겼다. 하지만 현 정부의 기독교 기관들에 대한 통제와 행정적 까다로운 요구들은 더욱 늘어가고, 모든 서류를 구비하여 제출해도 속절없는 기다림을 경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삶은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져 간다. 우리가 언제 아비규환을 경험했냐는 듯이 말이다. 언제 또 몰아칠지 모르는 태풍 앞에 심리적 압박은 크지만, 누구도 크게 소리 내지 않고 묵묵히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들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통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을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 우리에게 허락된 오늘, 이 새날이 하나님의 특별하고 값진 선물임을 되새기게 되었다. 고통의 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가 그 길을 잘 지나오도록 함께 걸어 주셨다. 이제 나는 이 땅에 남은 자로 어떻게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의 성품을 실현하며 살아갈지, 이 땅의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숙고한다.

 

내가 여전히 꿈꿀 수 있는 것은

코로나 발생 전, 어려운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는 통로가 되고자 직업 훈련 및 창출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그런데 센터를 오픈하고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도시가 봉쇄되었다. 그 후 고국에서 10개월의 안식년을 갖고 올해 3월 말에 입국했다. 이번에도 막 현지 적응과 기존의 에이즈 센터 슬럼 공동체들을 돌아보고 여성직업훈련 사역에 집중하려던 찰나 델타를 경험했다.

작년 나의 부재에도 너무나도 잘 견뎌준 젊은 청년들은 이번에도 그 솜씨를 발휘했다. 그들의 리더십 아래서 여성들은 재봉을 배우고 엄청난 양의 마스크를 만들어 필요한 공동체들에게 나눴다. 작은 그룹 안에서 말씀을 듣고, 재봉을 연습하여, 서로를 알아간다. 마스크, 필통, 파우치, 에코백을 한땀 한땀 만들어가는 그들의 얼굴이 성취의 기쁨으로 미소가 깃듦을 본다. 준비되어 있는 부지에 작은 센터를 건축하여 더 많은 여성들을 훈련하고, 이 여성들을 통해 가정의 복음화가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갈 길이 멀다. 가끔 염려가 물밀듯 밀려올 때, 회복의 발걸음을 시작한 이 소수의 여성들에게 다시 찾아온 미소를 보며 나도 믿음의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20대 초반의 리사는 복음을 듣고 반응했을 때 오빠들로부터 아주 나쁜 경험과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리사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아직도 자라고 성장한 가족들이 있는 공동체 근처는 가지 않는다. 이번 도시봉쇄 기간 동안 화상으로 말씀을 함께 읽고 나누고 기도하면서 가족의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혹시라도 리사의 트라우마가 상기될까 살짝 염려스러웠던 찰나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요. 이제 오빠들과 나쁜 기억들보단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며 즐겁고 재밌게 지내던 시간들만 기억나요”. 이것이 복음의 능력이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경험한 자는 회복되고, 주님이 부어 주시는 그 사랑으로 용서하고 품어 줄 수 있다. 리사가 그러한 은혜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내게도 수많은 도전들이 눈앞에 보여도 인내하며 이끌어 가야 함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늘 섬기려는 자세와 예쁜 마음 밭을 가진 리사, 말씀 가운데 성장하고 주님 안에서 꿈을 꾸는 이 딸이 앞으로 온전한 회복과 성숙으로 여성들을 이끌 리더 중 한 명이 되기를 나도 꿈꾼다. 이들이 이 땅의 모진 풍파 가운데서도 최선으로 살아내 주고 있기에 나 또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은혜가 주어짐을 안다. 결국 내가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들을 내 눈으로 더욱 선명히 보고 경험케 하신다.

 

주님, 이 인도 땅의 치료자는 우리 주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주님이 우리 삶의 전부이기에 감사로 살아갈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의 손으로 붙잡은 이 땅이 아니라 주님의 손안에 굳건히 붙들린 바 된 이 땅임을 기억합니다. 이 땅의 자녀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는 날을 꿈꿉니다. 아버지의 관심에 우리의 관심을 모아 이 땅에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으로 충만한 공동체가 서가게 하시고, 오직 말씀을 붙들고 성령님과 동행하는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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