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아름다운 초원
조샘 대표
인터서브는 올해에도 여러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역대급으로 적은 선교사 지원으로 마음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한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미션은 여전히 비즈니스가 되는 걸까?”
지난 6월 중앙아시아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시골에서 치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호주 선교사가 고민을 나눴습니다. 지역 농부 가족과 함께 지난 수년 동안 염소를 키우고 질 높은 치즈를 만들어 팔아왔으나, 영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장기적 마진이 나려면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데 노동력에서 구멍이 나고 있었습니다. 중앙아시아 청년들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선호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등이며, 갈 수 없을 때 러시아로 가서 2~3년 돈을 벌고 옵니다. 고급 치즈 가공 훈련을 시켜도 자주 이직하기 때문에 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선교사와 대화하며 아주 기본적인 세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먼저, “수요 즉, 마켓이 있는가?” 마켓은 비즈니스의 출발점이자, 비즈니스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큰 규모의 고객의 존재를 말합니다. “우리 치즈 맛있어요’로 되지는 않습니다. 들어보니, 이곳은 프랑스 고급 치즈가 판매될 정도의 구매력이 있었습니다. 브랜딩에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 친구들이 만드는 치즈의 질은 높고, 시장 역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공급 능력에 대한 두 번째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진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 있는 치즈의 양과 질을 만들 수 있나? 핵심인력의 치즈 제조 기술은 충분히 무르익어 있으나, 대량생산을 위한 노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곳 젊은이들은 유목민 기질이 있어서 해외 자체를 나가고 싶어해요.” 과연 그럴까요? 이직률이 높다면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이 임금입니다. “임금을 러시아 수준에 맞춰도 이직이 높을까요?”, “아니요. 그러면 머물겠죠.”
세 번째 질문은 가격입니다. “그 임금 수준을 주고도 마진을 맞출 수 있나요?” 다시 묻자 선교사는 곰곰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듯 보입니다. 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면, 이 비즈니스는 성립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걸 개선함에서 일단 이 모델의 성패가 갈리게 될 것입니다.
이후 혼자 있을 때, 이 대화를 선교 동원과 연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선교 자원이 마르고 있어요. 교회에 청년들이 없어요. 좋은 친구들은 전부 자기 살길을 찾아서 떠났어요.” 시니어 자원들은 어떨까? 경험과 경력이 쌓인 오십대 중후반은 아직 10년 이상을 더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노후를 준비하는 데만 신경 쓰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제 선교 동원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요?
수요, 공급, 가격이라는 경영적 프레임으로 이 본질을 생각해봅니다. 하나, 타문화 선교의 수요는 여전히 있나? 즉 선교사들은 여전히 필요한지 질문해 봅니다. 선교의 방향은 지난 이십여간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직자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삶을 통한 변혁적 선교, 선교사 중심이 아니라 현지 교단과 교회와 함께하는 협력적 선교, 교회 성장 운동이 아니라 작은 규모의 관계와 소그룹을 통한 공동체의 선교 등이 이 시대에 필요합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제자도”입니다. 선교의 핵심은 단순히 기독교로 개종하고 교회에 나오는 이들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변혁적 삶을 살고,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삶을 통해서 증거하는 제자들의 성장입니다. 그 제자도는 대량 생산으로는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 제자도는 종교적 세팅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 상황을 요구합니다. 그 제자도는 함께 하는 친구를 통해서만 전수됩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제자도입니다. 이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여전히 타문화권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할 친구들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선교의 수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 이런 필요를 채울 사람의 공급이 가능할까요? 저는 컨퍼런스에서 중앙아시아 각 지역에서 온 인터서브 선교사들을 만났습니다. U국 오지로 들어가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용감한 한국인 싱글 자매, K국 강성 무슬림들 가운데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현지 의사들을 훈련하고 제자운동을 하는 젊은 미국 부부, T국 산골 깊은 곳에서 20년 동안 가난한 사람들과 살며 양봉과 치즈를 만드는 호주 가족 등등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온 것일까요? 그 답은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타문화선교에 부름받지 않겠지만, 하나님께서 오랫동안 준비시키신 이들이 열방 가운데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공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며, 이 소명을 받을 이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어야 합니다.
셋, 이들이 다른 일을 택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타문화선교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요? 나의 삶 가운데 준비 해오신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그 일에 동참하는 가치는 ‘Priceless’라는 영어표현처럼 가격을 매길 수 없습니다. 선교는 여전히 비즈니스가 될까요? 예 그렇습니다.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여전히 열방의 많은 나라와 민족들은 복음을 온 삶으로 증거하며, 제자로 살아가는 이들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이 일을 위해서 준비된 이들이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이렇게 준비가 된 이들을 만나고 선교의 귀한 가치를 소통함으로써, 이 부르심에 사람들을 초청하는 일입니다. 지난 6년 동안, 인터서브는 내실을 다지고 한국교회를 도와왔습니다. 이제는 타문화 선교에 사람들을 초청하는 일에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 노력은 인터서브 혼자의 힘으로만 되지 않습니다. 인터서브의 프렌즈들과 파트너들이 함께 힘을 합쳐 전방위적으로 노력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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