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은혜’가 일하시네! Watching God's Grace work
제시카 선교사 동남아시아
신학교 1학년 첫날, 내가 처음 배정받은 소그룹에서 K를 만났다.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는 이 젊은 여성은 바랜 옷차림에 영어는 거의 하지 못했다.
우리 중 몇몇은 그녀가 어떻게 이 과정의 입학시험을 통과했는지 궁금해 했다.
그녀의 이름 K는, "하나님의 은혜(Grace)"라는 뜻이었다. 아마도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그녀는 이 나라의 가장 명망 있는 신학교 중 하나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영어로 진행되는 4년간의 빡빡한 학업을 그녀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학교에서 지금이라도 그녀를 돌려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학년이 되면 모든 학생은 채플 시간에 성경을 낭독해야 한다. K는 과연 그걸 해낼 수 있을까?
1학년 시절, 그녀는 거의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 채 그저 다른 여학생들을 따라다니며 겨우 수업에 참여하곤 했다. 아마 같은 민족 출신의 학생들이 통역을 해주며 양쪽 언어로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성경 낭독을 위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는 매일 내 아파트에서 성경 본문을 읽는 연습을 했다. 설교가 아니라, 단순히 본문을 읽는 연습이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강대상 뒤에 섰을 때,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이 숨을 죽였다.
그녀의 낭독은 완벽했다. 그리고 그 담대함은 분명 성령께서 주신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나는 몇 명의 신학교 기숙사생들의 방문하기로 하고 그들의 고향으로 향했다. 열차를 타고 덜컹거리며 20시간쯤 달려갔을 때, K가 작은 역에서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 바람이 솔솔 드는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더 달려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곳은 세상 한가운데서 멀찍이 떨어진 곳 같았다. 그녀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지만, 형편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진흙 벽돌로 지은 단출한 집은 방 두 개와 공동 공간 하나, 그리고 바깥에 있는 부엌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침대는 나무틀 위에 삼베 밧줄을 엮어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들판을 걸으며 닭들을 쫒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이 시골 농장 소녀가 2,000km 떨어진 대도시의 명문 신학교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졸업 후엔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마지막 학년이 되자, 모든 학생은 채플에서 설교를 해야 했다. 이제 우리는 K가 강단에 설 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하나님의 성령의 능력으로 기름부음 받은 사람인 것을!
그녀는 비교할 수 없는 담대함,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두려움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은 어디서 온 걸까? 나는 처음부터 그녀 안에 있었다고 믿는다.
나는 종종 교실에서 가르친 시간보다 식당에서, 운동장에서, 우리집 거실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 의미 있다고 느낀다. 나와 동료들은 그저 K가 스승 되신 주님의 손길 아래에서 피어나고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주님을 온전히 신뢰했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드렸다.
이제 K는 남부 지역에서 남편과 함께 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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