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할 수 있는 용기
아시아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 A의 이야기
저는 매주 이민자 구금센터를 방문하여 억류 중인 난민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피해 고국을 떠났지만, 지금 머물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채, 어떠한 법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두려움은 이들의 현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구금센터를 방문하려면 먼저 이름과 여권 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방문 신청서에 작은 실수가 있거나, 방문 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규정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경우에는 입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명확한 이유조차 설명받지 못한 채 방문이 거부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다행히 방문객은 신선한 음식, 세면도구, 옷, 책 등을 반입할 수 있습니다. 구금자들은 방문객을 만나기 위해 과밀한 감방을 잠시 떠날 수 있으며, 외부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가족 소식을 전해 들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누군가 방문해 기도해 줄 때, '자신이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받게 됩니다.
어느 날, 저는 1년 넘게 억류되어 있던 친구의 남편을 방문하려 했습니다. 여권도 지참했고, 서류도 정확히 작성했으며, 복장 역시 규정을 따랐습니다. 그럼에도 방문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징벌방에 수감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수갑에 묶인 채 구타를 당했습니다. 이후 한 달 넘게 저는 그의 면회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어렵게 다른 친구를 만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또한 처벌을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일반 감방으로 복귀했지만, 다른 친구는 방문이 허용된 반면, 제가 만나려던 친구는 여전히 '방문 금지 명단'에 남아 있었습니다. 몇 달 동안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른 경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으나, 알아갈수록 개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듯했고, 관리들도 연루된 정황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을 방문하던 중 뜻밖에도 그 친구가 방문실로 나왔습니다. 어떻게든 그날만은 그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곳의 면회는 두 겹의 철망 사이로 외쳐야 하고, 주변의 소란 속에 말을 주고받아야 하기에, 의사소통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날, 친구는 분명히 요청했습니다. “왜 내가 아직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지 경찰 책임자에게 물어봐 달라”고 말입니다.
저는 종종 이렇게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내 언어 실력은 문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은 되지만, 문제를 풀어낼 만큼은 아니야!:"
저는 친구의 상황을 악화시킬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곧, 다른 구금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방문과 음식도 고맙지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줄 사람입니다. 우리의 대변자가 되어줄 사람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잠언 31:8)
저는 기도했습니다. 책임자가 제 말을 듣고, 이해하며, 친절하게 대해 주기를. 하나님은 제게 용기를 주셨지만, 솔직히 말해 저는 그다지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제 두려움보다, 서툰 언어 능력보다, 그리고 작디작은 제 믿음보다 훨씬 크신 분이라는 것을. 책임자는 친구의 상황을 듣고 깜짝 놀랐으며, 즉시 등록 데스크로 가서 그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는 용기를 낸다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얼마나 더 크고 놀라운 일을 이루실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