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번의 새로운 발걸음
주경배 선교사
저희는 작년 9월 한국을 떠났습니다. 베트남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한국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사역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면서 대대적인 짐 정리를 했습니다. 항공편으로 운반한 114kg의 짐을 남기고 나머지 짐은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짐을 정리하며, 언젠가 주님 곁으로 갈 때는 빈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은 삶 동안 이 세상의 것들을 더욱 비워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새로운 사역지로 나간다는 결정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사역지로 향하는 것은 무리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파송 교회에서도 처음에는 국내 사역을 권면하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혼 전부터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의 마음에 품게 하신 중동 땅을 더 늦기 전에 섬겨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저희의 마음을 기쁘게 받으시고 이곳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곳에서 6개월가량 지내며, 이전 베트남에서의 시간과 많은 차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파송 선교단체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저희의 처음 교회 단독 파송으로 베트남에 갔습니다. 당시 교회 정책에 따른 결정이었고, 소속된 선교단체 없이 모든 일을 직접 부딪치며 배워야 했습니다. 적응은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번에 중동으로 파송될 때, 교회 정책이 변경되면서 선교단체 허입이 필요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교만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터서브 소속으로 지내며 여러 선교사님과 교제하는 은혜와 축복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각기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오신 선교사님들 대부분이 공유하는 인터서브의 향기 때문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 향기는 바로 겸손의 향기입니다.
저희 부부가 ‘인터서브’라는 이름을 알게 된 지 채 1년 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GMTC에서 경력 선교사 훈련을 받으며 선교단체를 물색하는 중, 인터서브 선교사님을 만나 ‘둘째 되기’라는 인터서브의 중요한 가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자기 조직과 시설을 만들기보다, 현지 교회와 현지인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다른 단체와 연합하고 기꺼이 낮아지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베트남에서 사역하는 동안 외국인의 공개적인 사역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현지인 리더십을 세우고 섬길 때, 더욱 효과적인 사역과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베트남에서 배운 것이 인터서브의 ‘둘째 되기’ 가치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인터서브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결국 인터서브 소속 선교사로 중동에 오게 되었습니다. 겸손의 정신이 살아있는 좋은 선교단체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또 한 가지 큰 차이점은 재정적 부분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처음부터 대학교에서 일하며, 특별한 필요 외에는 후원금을 의지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낡은 숙소에서 현지인들과 비슷한 급여를 받으며 지내는 것이 다소 불편했지만 그래도 큰 어려움 없이 지냈습니다. 또 현지인들을 그들 삶의 눈높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뜻하지 않은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자비량 선교를 한다는 사실이 은연중에 자기 의로 작용했고, 처음부터 대학에서 전공 과목을 가르치며 대학 당국에 자신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언어와 문화 적응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선교단체 정책 때문이기도 하고,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적응 기간에는 전적으로 후원에만 의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9월 파송을 목표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이러 과정에서 많은 유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파송 교회 외 다양한 선교 동역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것입니다. 특히 저희가 처음 예수님을 만나고 신앙훈련을 받았던 대학생 선교단체 지체들과 만남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오랜 해외 생활로 관계가 소원해졌던 분들과 다시 연결되고, 하나님의 선교 비전을 나누는 과정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선교 현장에서 맡겨진 사역을 충실히 감당하는 것만큼이나, 후방의 지체들에게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도록 알리는 것도 선교사의 중요한 책무라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 선교 사역의 다양한 형태를 발견하며, 저희가 감당하는 사역이 전체 하나님의 선교 가운데 얼마나 작은 부분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겸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후원금 모금 과정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유익은, 저희 사역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깊이 깨달은 것입니다. 인터서브 허입 후 이곳으로 파송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이전까지 후원금을 모금하지 않았던 저희가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후원금을 확보한 것은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필요를 채우시는 경험을 하며 하나님의 주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체험하며,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약속과 비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를 지나치게 고민하기보다, 단순히 믿고 받아들이는 아브라함의 신뢰를 배우도록 저희를 인도하셨습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히 11:8)

저희는 베트남에서도 선교사의 삶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큰 축복임을 깊이 경험했습니다. 외국인이 현지인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선교활동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었지만, 주님께서는 아잉, 히엔, 후이와 같이 보석 같은 영혼들을 만나게 하셨고,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해 그들 가운데 믿음을 심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작은 베트남 가정교회로 저희를 인도하셔서 개인적으로 돕던 영혼들이 그곳에서 믿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대학 내 숙소에서 학생들과 소그룹 예배와 기도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셨고, 그 청년들이 베트남 교회의 리더로 성장하여 청년부 모임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베트남에서의 시간이 이곳 중동으로 오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사역하는 동안 앞서가시며 모든 것을 준비하시고 공급하시는 주님, 소중한 만남을 예비하시고 역사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인터서브를 통해 중동 땅을 밟는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체험했습니다. 그런 주님을 믿고 순종하며 나아갈 때, 이곳에서도 귀한 영혼들과의 만남을 예비하시고 친히 일하실 줄 믿습니다. 저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묵묵히 간증하며 찬양을 올려드리는 무익한 종이 되기를 다짐합니다.
----- 주경배, 주경애 선교사님은 베트남 대학에서 5년간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제자양육과 대학생/청소년 사역을 하셨습니다. 현재는 인터서브와 함께 중동 지역으로 파송되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계십니다. 두 분에게 사역과 만남의 기회가 새롭게 열리도록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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