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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10   조회수 128
2024-02-22 1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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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태 부대표





설 명절을 앞두고 아내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이번 설에 어떤 기대가 있어요?” 


이 질문을 듣고 나의 마음속에는 이런 대답이 기다리고 있었다. 

“음, 별로 없어요. 늘 그렇듯이 별일 없이 넘어가면 다행이죠.”



그 질문을 받은 이후에 나의 마음 속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날에 신학생들과 함께했던 북클럽에서도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북클럽에서는 “하나님의 선교"(크리스토퍼 라이트 저)를 스터디하고 있었다. “신학적으로는 분명히 이번 설 명절에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들 모임 안에서 무엇인가 선한 일을 행하실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대나 믿음이 없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의 이런 마음의 태도는 하나님의 선교를 생각할 때 큰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모임을 마치면서 함께 기도했고, 나는 마음으로 설명절에 주님께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고, 그 일을 이루시기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안의 설 명절 루틴은 대략 이렇다. 설 전날 식당에서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떡국을 함께 먹고 세배하고 성묘를 간다. 이번에도 거의 비슷한 루틴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성묘를 간 자리에서 평소와는 다른 일이 생겼다. 마흔이 다 된 조카가 할아버지 산소에 절을 한 후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삼촌, 사람이 부활하면 어떻게 되나요? 영만 부활하나요?” 조카가 이런 질문을 하는 배경이 있었다. 우리 집안의 고조부터 모셨던 산소를 작년 가을에 전부 정리하고 아버지 대의 산소들만 남겨서 새롭게 단장했는데, 조카가 그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그 질문에 나는 예수님의 부활이 영과 육, 모두 부활하셨기 때문에 사람의 부활도 육체와 영이 함께 부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카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 죽으면 육체가 흙이 되는데, 첫 사람 아담을 하나님께서 흙으로 만드셨잖아?. 흙으로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어찌 뼈가 썩어서 없어진다고 한들, 그 육체의 부활을 이루시지 못하겠니?” 


성묘를 마치고 식구들이 다시 어머님 집에서 모였다. 가족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산소에서 질문했던 조카가 기독교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조카는 예전에 얼마 동안 교회에 출석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날도 조카는 교회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성령께서 인도하셔서 조카의 질문이나 비난에 긍정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놀랍게도 대화를 마치면서 조카가 나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올해 설은 가족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 집안을 주님께 의탁하는 기도로 마무리 했다.


사도 행전 이야기 중에서 베드로가 옥에 갇혔을 때에 제자들이 전심으로 기도했지만, 정작 그가 풀려나서 제자 공동체로 갔을 때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제자들이 믿지 않았던 사건이 생각났다. 나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족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해 왔고, 여러 모양으로 힘써 왔지만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갑자기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 하나님께 가족 구원을 위한 나의 기도에 응답하신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해졌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구원을 위해 이렇게 기도했었다. “주님! 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를 주십시오. 고향에 있는 교회에서 설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얼마 후에 아버지가 사시는 동네의 한 교회에서 수요 예배 설교를 부탁 받았다. 나는 아버지께 그 교회에서 아들이 설교한다고 말씀드렸다. 차마 오시라고까지는 말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성령께서 일하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설교가 있던 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형수님이 예배에 참여했다. 그 날, 나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는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었다. 그 때에도 참으로 가족의 구원을 위해 일하시고, 그 기도에 응답하시는 주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집안은 원래 기독교를 믿는 집안이 아니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미션 스쿨에 다니는 사촌과 함께 교회를 다녔던 것이 집안 전체에서 기독교 신앙의 시작이었다. 나는 청년 때부터 가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 왔었다. 그 가운데 제사 문제로 집안의 제사장이셨던 아버지와 집안 어른들과 심한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신실하게 기도에 응답해 오셨다. 아버지께서도 주님을 영접하시고 돌아가셨고, 지금 살아계신 어머님도 꽤 오래 전에 세례를 받으셨다. 형님도 아직 믿음이 깊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세례를 받았다.


이 번 설을 보내면서 지난 30여 년 동안 나와 아내가 가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던 기억이 새로워졌다. 그리고 ‘하나님의 선교’를 주제로 가르쳐 온 나 자신의 믿음에 큰 울림과 도전이 있었다. 다시 한번 가족들 가운데, 그리고 나의 일상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더욱 붙들어야겠다는 다짐하게 된다. 올해의 설은 지나갔지만, 아내가 내게 했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은 올해에, 아니면 이 번 달에, 혹은 이 번 주에, 내일, 직장에서, 가정에서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믿는 사람들은 믿음, 소망, 사랑이 항상(always) 있어야 한다. 그중에 소망은 우리로 하여금 사랑의 믿음으로 아침에 일어나게 하는 힘이며, 출근하게 하는 힘이며, 학교에 가게 하는 힘이다. 우리가 오늘도 일하고 내일도 일해야 하는 소망의 기대, ‘하나님의 선교'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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