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컨퍼런스에는OT(1)도 참석합니다. CCOT(2)는 CP(3)와 COC(4)에게 참석자를 알려 주시고 CPC(5)는 기도제목을, CMC(6)는 PMP(7)를 받아 주세요. CLT(8)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참! 댕기 걸렸던 파트너 연락처를 CMA(9)에게 전해 주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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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n Track 온트랙(단기 선교사), 2) Country Coordinator On Track 온트랙담당자, 3) Country Placement 배치 담당, 4) Country Orientation Coordinator 오리엔테이션 담당, 5) Country Prayer Coordinator 기도 담당, 6) Country Member Care, 멤버케어 담당, 7) Personal Ministry Plan 사역계획서, 8) Country Leadership Team 현지 리더십팀, 9) Country Medical Adviser 의료자문
흡사 첩보 영화의 암호문 같은, 물론 재미로 과장한 문장이긴 하나 CLT(현지 리더십팀) 회의에서는 종종 이런 류의 대화가 오가기도 합니다. 제가 있던 파키스탄의 CLT는 어느 컨퍼런스 fun night(한국의 장기자랑 같은 시간)에서 이를 주제로 콩트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한달에 한 번 이와 비슷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Country Team(이하 CT)이 출범했거든요.
국내 사역팀의 역사
한국에서 선교사들이 국내 사역팀의 형태로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이릅니다. 한국이 국제본부로부터 선교지로 지정이 되어 국내 사역팀을 구성하려 한 것은 2014년입니다. 탈북민을 포함한 북한 사역은 이미 한국 교회의 선교적 과제가 되어 있었고 선교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내의 다양한 타문화 선교 영역에서도 사역자가 필요했습니다.
인터서브코리아는 선교사들이 국내에서 이 사역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더불어 디아스포라 재파송, 북한 사역의 인프라 구축, 한국 교회의 선교 동원, 국내 선교사들의 교제를 위한 목적으로 ‘인터서브코리아 국내선교사회’1)를 조직하였습니다.
이후 국내 선교사와 매니저, 이사(현, 펠로우)와 프렌즈가 함께한 ‘미션 허브’와 국내 선교사만 활동한 ‘자두나무’라는 모임 형태로 활동을 해 왔습니다. ‘자두나무’는 5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정기적인 교제를 해 왔는데 이를 통해 국내 선교사로서의 공동체성을 더욱 단단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문화 북클럽과 같은 사역적 성장을 위한 모임도 했습니다.
그러나 초기 국내 선교사회(會)를 시작하게 된 주 목적 중 하나인 국내 사역 지원 뿐 아니라, 선교지 비자와 건강의 문제, 사역 전환 등의 이유로 국내로 돌아와 사역을 이어가려는 선교사의 수가 증가하면서 국내 재배치 업무와 추가적 멤버케어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었습니다. 이에 자연스럽게 인터서브 구조 내에서 담아낼 수 있는 또 다른 조직으로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자두나무’ 모임이 상당 부분 그 기능적인 역할은 할 수 있었으나, 그동안 한국본부의 헌신이 주된 운영 동력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그 형태가 바뀌어야 했습니다. 이에 2022년 1월 한국 CT 출범을 위해 ‘자두나무TFT’2)를 결성하여 그해 11월까지 총 7차례 모임과 국내 선교사 회의 및 설문조사 등을 통해 ‘국내 CT 운영(안)’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한국본부와 이사회, 그리고 국제본부의 승인을 거쳐 지역팀 리더인 CTLCountry Team Leader 선임절차가 이루어졌고 올해 6월 CTL이 선임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CT의 CTL을 맡은 영원 선교사입니다.
CLT, Country Leadership Team의 구성
초기 국내 선교사회를 시작으로 '미션허브', '자두나무'의 형태로 발전해 온 국내 사역팀의 활동은 한국 CT 출범의 값진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CT를 구성하고 이끈다는 것이 이정표 없는 광야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마치 숲에 난 오솔길을 걷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오가며 돌도 치워놓고 험한 곳은 둘러가게 다듬어 놓은 덕에 한눈팔지 않고 잘 따라가기만 해도 옳은 길로 안내하는 오솔길 말 입니다.
더군다나 그 길을 함께 콧노래 흥얼거리며 갈 동료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첫 CLT ‘어!’벤져스입3)니다. 국내 선교사들로부터 추천받아 아래와 같이 저를 포함해 총 6명이 참여한 CLT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한국CT의 테이블 위에 놓인 퍼즐들
◆ 외국인 시대를 넘어 이주민 시대를 위한 준비 국내 선교사회를 준비하게 된 배경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한국 내 선교 상황의 변화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중 이주민 사역의 필요는 국제화 시대가 가져온 선교환경 변화의 큰 흐름과도 이어집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자국 내 CT의 역사가 긴 나라들도 많은 사역자들이 이주 배경을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이미 수 세기에 걸쳐 문화, 종교, 언어가 다른 종족군의 유입을 허용해 왔을 뿐 아니라 정착한 이주민이 인구에서 차지 하는 비율도 높기에 그만큼 사역 기회와 필요도 다양합니다.
한국은 엄밀히 따지면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나라이지,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정착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혈연 중심의 사회 문화 구조, 까다로운 귀화 정책 등을 이유로 재외동포비자나 결혼비자 등을 사용하는 외국인을 제외한 대부분은 길어야 5년 미만으로 머물 수 있는 관광비자, 단기 방문비자, 취업비자, 학생비자 또는 인도적 체류 허가 비자(G-1)를 이용4)합니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인구가 부족한 인구 구조, 최근 들어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가 된 출산율 하락 등으로 인해 지금보다는 이주 외국인을 수용함에 개방적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국내 이민 정책은 미래 대한민국이 가장 섬세하게 다듬어야 할 국가 제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우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사랑하라(레19:34).’는 말씀은 이민자를 대하는 한국교회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고 한국 CT의 경험과 섬김은 이를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 삶에 스며든 하나님의 선교를 발견하도록 돕는 일 펠로우5)와 프렌즈6)는 인터서브코리아의 귀한 동역자입니다. 동역은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돕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동역은 다양하게 부여된 사도적 우선순위7)에 따라 국내 선교사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와 속한 공동체에서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아 나가는 실천입니다.
이것은 CT의 출범을 준비할 때부터 논의되어 온 중요한 의제입니다. 기성 선교 단체의 전략으로 담아내기 버거웠던 주제들, 가령 창조 세계의 돌봄, 인권과 문화 운동, 노동 환경의 개선 등 사회를 더 바르게 만드는 일에 펠로우와 프렌즈, 한국의 교회들이 동참하도록 응원하는 일은 한국 CT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 새로운 모델의 선교사를 기다림 20여 년 전 OMF의 한 모임에 참석했을 때 1980년대 초에 한국으로 파송되어 오신 한 외국 선교사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한국으로 파송된 전통적 선교사의 마지막 세대였을 것입니다.
한국은 2014년 국제인터서브의 승인을 받아 다른 나라의 선교사와 온트랙커들이 한국에 사역자로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선교사들이 2020년대에 만나게 될 선교지로서의 한국은 분명 조선말기나 한국 전쟁 이후와는 다른 토양입니다. 안산시 원곡동의 네팔교회를 섬길 네팔 목사님이 올 수도 있고, 이태원 예멘인들의 상담을 위해 아랍권 출신 상담사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CT는 국내 타문화선교를 수행할 외국 선교사를 맞이할 준비를 할 것입니다.
◆ 선교사 고령화에 대한 고민
한국선교의 등지게에 눌러앉아 있는 짐보따리 중 제법 무거운 것 하나가 선교사의 고령화일 것입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8)에서 발표한 한국 선교 현황의 최신자료에 따르면 장기 선교사의 연령 분포에서 50대 이상이 65.50%를, 그중 60대 이상의 선교사는 26.5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서브코리아 선교사의 연령분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선교사 또한 은퇴 전후의 나이가 되면 아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한국본부는 일찍부터 이를 인식하고 그 짐보따리를 가볍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한국 CT가 은퇴 시점의 선교사들이 가진 경제적 부담이나 거주 문제, 복지적 필요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국본부와 함께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배치되는 선교사의 연령대는 다른 선교지에 비해 비교적 높습니다. 아직은 한국이 ‘Home’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의 70%가 계속해서 사역을 이어 나가려9) 합니다. 인터서브 선교사의 경우 은퇴를 준비하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재파송이나 한국으로의 배치를 염두에 두고 온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국내 선교사들의 지속적 사역 의사 비율은 KWMA의 조사 결과보다 더 높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는 CT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입니다. 방향은 바뀌지 않으나 역할은 바뀔 수 있습니다. 때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때가 차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과 경험을 비우고 새롭게 배우는 것이 동반되어야 하는 매우 신선한 작업입니다. 물론 아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겠지만 방향을 다시 확인하고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신나는 일 입니다.
한국 CT의 시작을 알리며
한국 CT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들이 위에서 언급한 것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 물론 관심을 가진다고 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자격 없는 우리를 그분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함께 경작할 동역자로 삼으신, 그 맡겨진 바 된 소명에 감격하며, 한국 CT가 살아가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우리 가 어떤 팀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다듬고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기대가 되네요. 그래서 힘차게 한국 CT의 시작을 알립니다. 시작이다보니 성글어 보일 수는 있지만 퍼즐의 빈틈은 즐겁게 메울 수 있습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 1) ‘인터서브코리아 국내 선교사회’에 대한 설명은 ‘인터서브 코리아 국내 사역 내규(안)’를 참조(한국CT 자료) 2) 자두나무TFT의 상세 활동과 결정 사항, CT의 구성 절차, CT조직을 위한 설문 조사 결과 등은 ‘자두나무TFT보고서_한국 인터서브 국내 사역 공동체 조직 개발을위하여’를 참조(한국CT 자료) 3) 어쩌다의 어, 어리둥절의 어, 그러나 어질고 어엿함의 어 4) 2023년 7월 말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총 2,453,572명이며 단기체류자(체류기간 3개월 미만)를 포함한 수이다. 중국인이 922,220명으로 가장 많으며 그 중 618,886명이 한국계이다. 중국 이외의 국적별 외국인 수는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순이다. (법무부 2023년 7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 5) 비선교사로서 인터서브의 목적과 가치에 동의하여 인터서브와 함께하는 회원 6) 인터서브와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해관계자들 7)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H. Wright), 『하나님 백성의 선교』 (IVP, 2012), 318p 8)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2022 한국 선교 현황(2022년말 기준)’ 9) 물론 나머지 30%가 더 이상 선교적 삶을 사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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